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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122214445&code=100203
“돈이 없어서 노숙을 하는 게 아니다. 노숙투쟁으로 불합리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대학생사람연대가 금융자본의 수탈과 독점,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으로 인한 대학생 빈곤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작년 12월10일부터 시작한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 노숙투쟁이 12일로 65일째다. 노숙을 위해 친 녹색 텐트 앞에는 ‘아프니까 점령이다! Occupy 여의도!’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은 사회당 청년위원회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뜻으로 벼룩시장을 열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인문학습공동체인 ‘수유+너머’에서 기증한 물품과 함께 옆에 작은 모금함이 놓여있다. 각종 겨울 의류와 여행용 가방, 책, 치약, 비누 같은 생필품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알음알음으로 대학생사람연대가 노숙하는 곳을 찾아와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노숙 초기에는 힘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김씨는 무엇보다 설거지하는 일이 끔찍했다고 말했다. 식사를 한 뒤 그릇을 들고 500m 떨어진 여의도역 화장실까지 가서 그릇을 닦아야 했다. 이들이 들락거리는 걸 꺼려한 인근 건물 경비들이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나중에는 도시락을 시켜서 먹거나 후원자들이 사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대학생사람연대 정책교육국장은 “한국거래소 측이 화장실 사용을 막은데다 날씨가 추워 참지 못할 정도가 아니면 텐트 밖을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며칠 못 씻는 건 다반사였다.
박씨는 “오늘도 세수를 못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씻는 게 여의치 않다보니 속옷과 양말을 사다놓고 더러워지면 버리는 식의 생활을 하는 이들도 늘었다. 박씨는 “고된 노숙투쟁이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1%의 소수가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부를 독점하는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고 대학생들의 빈곤문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