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흡연자분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 돼.
글 : 오xx
“한대 쳐도 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길가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다짜고짜 “저기요. 얼굴 한 대 쳐도 될까요?” 그렇게 묻는다고 치자. 그럼 당신은 “예. 한 대 치세요.”라고 할 것인가? 백이면 백 당연히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아니, 욕하고 싸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하루 수십 번도 겪는 비슷한 상황에서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모두 죽빵을 대주고 있다.
이것은 바로 길빵에 관한 비흡연자 대부분의 대응이다. 비약인가?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길빵으로 인한 간접흡연이 한 대 얻어맞는 것처럼 기분 나뿐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말 하지 못 하는 이유는,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나아가 원래부터 유지되어 오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사회 부적응자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실패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글에서 ‘불평하기 좋아한다’ 라는 항목을 본 적 있다. 이러한 기준때문인가? 나 역시 비흡연자이고 간접 흡연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cool함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얘기한다. “네, 괜찮습니다. 피세요.^^”
포스터는 이러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길가에서 우연히 맡는 담배연기가 얼굴을 한 대 맞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결과는 똑같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불쾌함을 준 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쪽엔 얼굴을 때리는 사진들을, 다른 한 면엔 담배를 태우는 사진들을 같은 선상에 나열한 것이다.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공기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겨울의 찬바람과 봄의 가벼운 공기가 함께 느껴지는 지금을 좋아한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도래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산책하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확실하게 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리 산책할까요? 아~ 그런데 몇 대 맞을 각오는 하셔야 됩니다.”
“저요? 전 괜찮습니다. 이미 단련됐거든요. 하도 단련되어 15라운드까지 풀 라운드로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프로 복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 되네요. 늙은 복서가 펀치드렁크에 걸려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처럼, 저 역시 펀치드렁크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요?”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갖는 비흡연자에 대한 우격다짐의 의식은 바로, 대한민국 사회에 있는 ‘완장’이다. 그리고 완장을 찬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이제껏 그랬듯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 좀 치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오늘도 죽빵을 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