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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공익제보자 - 전순남님 이야기

2022/04/12

시설 나눔의집은 원장이나 사무국장의 말에 복종해야 하는 곳이었어요. 그 곳에서 개인의 의견은 묵살됐어요. 회계직원이었지만 후원금이나 정부 보조금이 얼마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었어요. 그냥 할머니 환경이 열악하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던 것 같아요. 

 

이 곳은 희한한 점이 입사를 하면 소속이 시설인지, 법인인지 알려주질 않았어요. 국제 업무를 하던 사람이 회계가 되어 있기도 했어요. 저처럼 다른 선생님들도 할머니하고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급여에는 얽매이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시설은 그걸 이용했던 거예요.

 

입사했을 때는 할머니를 아침에 뵙고 점심 때 식사하시면 옆에 앉아서 수다 떨고 반찬도 놔드렸어요. 할머니 앉아계신 침대 끝에 누워 잠도 자요. 가려고 하면 할머니가 가지 마라, 놀다가라고 하시고 화투도 치자 했어요. 김대월 선생님이 사무실에서 밥을 해주기도 하고, 할머니가 김치 먹고 싶다하시면 겉절이 해서 그 자리에서 먹기도 했죠. 그때는 재밌었어요. 

 

어느 날은 할머니가 ‘데모가자, 데모가세’ 그러셨어요. 1종 스틱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던 날인데, 얼마나 무섭던지.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막 뛰어나오는데 슬슬슬슬 길을 뚫고 가야되잖아요. 할머니 화장실도 고려해야 되고 경로를 다 따져봐야 되고 식사도 다 챙겨야 되는데 실수할까봐 걱정했지만 다녀와서는 정말 좋아서 또 갔어요. 

 

공익제보 후 법인은 제가 사회복지쪽 경력이 없다며 회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회계직원도 따로 뽑고 도장, 직인, 카드, 통장 다 내놓으라고 공문을 보냈어요.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회계를 통제해야 한다는 걸 법인도 안 거예요. 회계업무를 넘기면 우리 공익제보는 끝나기 때문에 넘길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반납 안하면 고소 고발한다는 내용증명이 집으로 두 번이나 날아왔죠. 

 

당시 고1이었던 아이가 그 내용증명을 먼저 열어봤더라고요. 공익제보 하는 동안 큰 아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야근도 많이 하고 자료 준비한다고 새벽까지 출근하기도 했거든요. 사회생활하면서 싸움 한번 안 해봐서 할 줄을 모르니까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데 애한테는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잖아요. 내용증명이 오고 경찰서 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그걸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풀까봐 그걸 제일 걱정했어요. 그렇게 안하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것 같아서요. 가족들이 공익제보에 대해 알고도 티내지 않았고, 묻지 않았어요. 남편은 “너 돈 훔쳤냐? 아님 됐지!” 그러고 말아요. 

 

사람들은 우리가 공익제보 후 이직 문제를 제일 걱정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딜 가든 여기서 받는 돈 정도도 못 벌겠어요? 중간에 이직할 기회도 몇 번 있었지만, 제가 나가면 후원금으로 법인의 벌금을 내야할 수도 있고 공익제보가 한계에 묶여버리잖아요. 모두들 저에게 나가는 게 맞다고 해도 혼자 편하자고 나가면 발 뻗고 못 잘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눔의 집에 있는 게 몸이 불편해도 정신은 편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잘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컸어요. 잘 될 거라는 긍정의 메시지, 미련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러다 우리가 빛을 볼 수도 있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기다려보자, 이러다 좋아질 것 같지 않냐?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만으로는 당해낼 수가 없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걱정 없이 할머니들 만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