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제주도 자전거 캠페인 4일차(10월 12일)
우도에서 일출을 보면 법 제정을 기원한 뒤 성산항으로 나와서 동쪽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환상적인 세화 바다, 김녕 바다를 보고 달리다가 조천읍에 들어와서 자전거 길 바로 옆에 북촌 너분숭이 기념관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일행은 잠시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고 먼저 <순이삼촌> 문학비부터 보았습니다. 현기영 선생님의 <순이삼촌>의 문장들을 새긴 검은색 현무암 비석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때 학살당한 사람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죠.
너븐숭이 기념관 오른편에 있는 애기무덤은 언제 와서 봐도 애절합니다. 전체 20기의 돌무덤 중에 8기가 4.3 때 학살당한 애기들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흙도 없는 돌무덤에 애기 꽃신이 놓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자그마한 아기들 장난감이 있었습니다.
너븐숭이 기념관 안에 443명 희생자들의 명단이 천정에서부터 적힌 위령공간에 촛불이 하나 켜져 있었지요. 그리고 입구 문 바로 앞에 저 그림, 강요배 화백이 그린 젖먹이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 앞에 놓여 있던 노란리본도 보았습니다. 세월호참사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과도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난 다음이어서일까요? 세계인들이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알게 될 것이라서 새삼 한강 작가에게 고맙습니다.
이로써 4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모두 무사히 마쳤습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과 우도 한 바퀴까지 합하여 250킬로미터를 달리는 여정을 완주했습니다. 이번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캠페인도 같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바쁜 일정 속에서 캠페인 준비를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깃발 꽂고 달린 게 전부였던 같습니다.
제주 환상자전거길과 우도를 달리면서도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사회, 기후위기까지 겹쳐서 예전에는 겪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덮쳐올 수도 있는 불안한 세상에서 생명을 죽이지 않고,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살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잘못된 시스템, 낡은 시스템과 프레임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박해졌습니다. 생명존중 세상, 안전사회를 향한 첫 발걸음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입니다.
다음 달에 국회에 발의된 다음을 준비하는 사전 캠페인 같은 생각으로 제주도 자전거 캠페인을 생각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좀 더 많이 고민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과 행동을 준비하겠습니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달리는 캠페인은 끝났지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행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소셜펀치 후원과 모금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오로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재정으로 쓰려고 합니다. 관심 갖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