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
김정구
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 다니는 곳.
성냥팔이 소녀, 그 소녀가 또 다시 재림했나.
눈발이 자갈처럼 쏟아지고,
소녀의 바구니 가득,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요. 아저씨 정말 성능 좋은 라이터에요.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쾅쾅 닫히는 문들.
아저씨 추워요. 제발 하나만 사주세요. 아저씨 제발 하나만.
이.년.정.말.끈.질.기.군.
성냥팔이 소녀, 온몸이 얼어붙어,
아가야, 그런 장사 말고 먹는 장사해 봐.
성냥팔이 소녀 온몸이 얼어붙어,
흰눈 위에 엎질러진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아가야 거긴 내 차가 주차해야 된단다. 좀 비켜주련.
너 여자애구나. 가엾기도 하지
라이터 두 개 사줄게 네 몸을 주지 않으련?
성냥팔이 소녀 온몸이 얼어붙어 손이라도 녹여야지.
바람이 몹시 불어 자꾸만 불꽃을 앗아가네.
라이라 사세여어.입이 얼어붙어 말도 잘 나오지 않네.
...라이러 사세요아씨...이엔 배가고아서더이상옥거게서요.
그럼 라이터 가스라도 마셔봐. 질 좋은 부탄가스지.
배고픈 성냥팔이 소녀 눈 속에 한쪽 뺨을 묻고 부지런히 가스를 마신다.
느리게 흐르는 검은 빙산.
몸이 점점 따뜻해져요.
흰 눈 위에 하나씩 버려지는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배도 부르고, 엄마 아빠 봄이에요. 봄이 벌써 왔어요.
사람들이 모두다 행복해 보여요.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여요.
눈발이 유리조각처럼 뺨에 박히고 환각의 도시는 탐스럽게 흔들리며.
성냥팔이 소녀의 즐거운 웃음은 그칠 줄 모르네.
하얀 발자국 따라 꽃잎처럼 흩어진, 다 써버린,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도시는 녹아 검게 질퍽거리고, 소녀의 몸을 안고 싶은 중늙은이 하나가 식식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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