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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5 프로그래머 4인의 국내신작전 선정의 변 발표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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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정 (인디다큐페스티발2015 프로그래머, 다큐멘터리 감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파묻혀 누구와 소통하고 싶은지 잊을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증가와 미디어의 확장으로 소통의 방법은 쉬워졌으나 소통의 능력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와 함께 소통할 것인가?!... ’ 나 역시 부끄러운 질문이며 여전한 숙제입니다.

 

변성찬 (인디다큐페스티발2015 프로그래머, 영화평론가)

올해 출품된 137편은 역대 최다입니다. 역시 역대 최다였던 2014년의 107편보다 30편이 더 증가했습니다. 최근 출품작 수의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60분 미만의 단편인데, 거기에는 뚜렷이 드러나는 하나의 경향이 있습니다. ‘셀프 카메라 다큐멘터리’의 증가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의 도래 이후 줄곧 있어왔던 현상이기는 하지만, 작년과 올해의 경우 그 흐름 속에서는 어떤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청년세대 신진 감독들이 소위 ‘불안세대’에 속하는 자기 자신의 고민과 질문을 그 형식 속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의 경우 그 감독들의 질문과 탐색의 대상은 ‘나’와 ‘나의 가족’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많은 ‘셀프 카메라 다큐멘터리’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적 다큐멘터리’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적 다큐멘터리란 사회의 주류적 가치관(특히, ‘정상 가족 신화’)과 그것을 재현하는 영화적 방식에 대한 질문과 도전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많은 ‘셀프 카메라 다큐멘터리’들은 그 가치관과 그것을 재현하는 영화적 방식을 그저 답습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징후적인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응답해야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이것이 이번 작품선정 과정 내내 개인적으로 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나’와 ‘나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셀프 카메라 다큐멘터리’가 곧 자동적으로 우리가 함께 보며 나눌만 한 ‘사적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단지 영화를 만드는 테크닉의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 말입니다.

 

송경원 (인디다큐페스티발2015 프로그래머, 씨네21 기자)

다큐멘터리는 예측불허의 바다 같습니다. 숙련된 뱃사람이라도 그 넓은 품 안에 어떤 변화가 잠들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시류에 민감한가 싶다가도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는가 싶으면 새로운 접근이 우후죽순 늘어납니다.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 출품된 작품들도 그랬습니다. 지치지 말고 꼭 해야 할 이야기부터 사적인 고민까지, 하나의 경향으로 묶기 힘들만큼 풍성한 목소리에 즐거웠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고민을 멈추지 맙시다. 할 이야기는 하고 삽시다.

 

안건형 (인디다큐페스티발2015 프로그래머, 다큐멘터리 감독)
어떤 작품을 상영해야 하는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영화제 슬로건으로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카메라라는 자동화된 기록 기계의 압도적인 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실험), 영화 자체가 아닌 외부적인 무엇에 의존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운가(진보), 세계가 지닌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대화). 이렇게 선별한 추천작을 다른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과 함께 논의하여 상영작을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작품의 토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행여 놓친 작품이 있지는 않을지 무거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