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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의 둥지마련을 위한 🌈활동가 이야기, 소주 편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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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은 둥지가 필요해😊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를 위한

🌈활동가 이야기, 소주 편 <에이즈가 내게 준 세상.>


 

??: “너네랑은 상관없는 거야. 문란하게만 하지 말어, 그럼 돼.”

17살, 고등학교 다닐 적, 특강(?)으로 진행된 성교육 시간에 선생님이 나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에이즈’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설명이라고 해봤자 거의 딱 이 한마디가 HIV/에이즈에 대한 설명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당시 문란한게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어쨌든 나랑은 그저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속을 편하게 가졌었다. (사실, 옛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제일 문란하다고 평가되는 사람이지만.) 에이즈 인권활동가로 자칭하며 살아가는 지금은, 에이즈는 너무나도 나와 관련이 있고, 문란을 긍정하는 사람들을 동료로 만나거나, 문란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지하거나 수행하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문란, 紊亂. 어지러울 문, 어지러울 란. 어지럽다는 뜻의 한자어인 문란은 대개 도덕이나 질서, 규범이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데 아직도 문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세상의 질서는 공공성을 위협하고,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하며, 일터의 위험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막고 있으니, 오히려 어지럽게 문란한 것이 곧 더 ‘건강’한 혹은 살만한 사회에 가깝지 않나 의문을 품고 만다.

 

“왜 에이즈 인권활동을 하는 거야?”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고, 또 다른 사람이 내게 종종 묻기도 하는 질문이다. 상근활동을 시작한 2018년에도 한참 동안 이 질문을 머릿속에 가지고 살며 잘 설명하지 못했는데,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동료이자 선배활동가인 한 누나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이유가 뭐 있어? 꼭 있어야 돼? 꼭 설명이 되어야해? 그런건 아니야. 니가 진심이고 니가 하고 싶은 활동이잖아. 일단 그게 중요해” 맞다. 내가 하고자하는 인권활동이라는 게 중요하고 내가 진심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당시에는 주변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왕왕있어서 마치 변명하듯이 번듯한 이유가 있어야할 것만 같았다. 얼마전, 그러니까 올해 7월, 커뮤니티알 운영워크샵이 있었는데 이때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우리가 서로의 비전에 공감하기 위해, 각자가 그리는 청사진이 서로에게 가닿는지 확인하기 위해, 왜 이 활동을 하는지 질문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비교적 명료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러기 위해 같이 행복해지고 싶어서. HIV감염인 동료와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HIV감염인 친구랑 같이 더 재밌게 놀고 싶어서. 비감염인만 행복하고 감염인은 힘든 그런 세상에서는 살기 싫어서” 라고. 

 

“에이즈가 내게 준 세상”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에이즈를 둘러싼 혐오와 낙인, 긍정과 자존감, 욕설과 투쟁 등.. 에서 비롯된 것 같다. 퀴어프라이드처럼 에이즈라는 질병에 ‘프라이드’를 붙이는게 가당키나 한 것인지, 혹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지, 낙인의 저울이 한참이나 무거운 지금,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고통이든 즐거움이든 에이즈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세상이 나에게 있다. 너도, 그리고 나도 HIV/에이즈라는 질병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바라는 세상에서, 하지만 절대 종식될 수 없는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라는 사람의 존재들이 내게 선물한 세상이 있다. 질병유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닌 세상, 켜켜이 쌓인 낙인에도 삶으로 새싹처럼 대지를 뚫는 힘이 있는 세상, 차별과 혐오에도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용기를 가지는 세상, 비슷한 고통을 가진 이웃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주는 세상. 나는 선물받은 이 세상을 사랑한다. 

그 사랑의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에게,

“제가 선물받은 이 세상에는 커뮤니티알이라는 HIV감염인 공동체이자 에이즈 인권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가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에이즈 인권활동을 지속하려고 모금을 하고 있어요. 상담을 진행하고 감염인 회원들을 만나고, 실무나 논의를 진행할 안정적인 공간이 절실합니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하셨다면 커뮤니티알이 공간을 잘 마련할 수 있도록 응원을 모아주시기를, 커뮤니티알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에 발걸음을 포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에이즈가 내게 준 세상은 자신을 소수자 중에서도 또 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 겹겹의 거부에도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세상이다. 이 어지러운 용기에 사회가 닫힌 문을 열때까지, 나도 또 두드려야지. 지금도 행복하지만 그 문이 열리면 더 많이 웃을 수 있겠지.

 


 

커뮤니티알 12주년 공간마련 프로젝트
‘알은 둥지가 필요해’

8월 24일부터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날까지 총 100일동안 소셜펀치를 통해 3500만원을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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