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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벌금폭탄 규탄, 자진노역 결의 기자회견

2014/05/20

오늘(5/20) 해군기지건설 저지 운동을 펼치다 벌금형을 받은 평화 활동가들이 강정마을에 부과되는 과도한 벌금을 규탄하며 자진노역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개최했습니다. 자진노역을 결의한 당사자들은 국책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강정 주민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의 평화적인 저항활동을 억압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7년간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활동은 정부와 해군 그리고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의 거대자본이 자행한 총체적인 거짓과 불법, 마을공동체 파괴, 인권침해와 환경파괴에 저항하고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자진노역 당사자들을 비롯해 강동균 前 강정마을 회장, 사법부의 과도한 벌금부과에 저항하며 최근 자진노역을 다녀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이석태 변호사 등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애써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보냈지만 돌아오는 내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길이 외롭고 두려운 강정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에 맨몸으로 맞서다가 우리 모두를 대신해 법정에 선 사람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강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그 길에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래 기자회견문 전문과 사진 같이 보내드립니다. 더 많은 사진은 http://www.peoplepower21.org/Peace/1159952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40520_기자회견_강정마을 벌금포탁 규탄, 자진노역 결의 (5)

 

기자회견문. 우리는 부당한 벌금에 평화롭게 저항한다

적법한 절차 없이 불과 87명의 주민의 결정으로 시작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지난 7년간 주민들과 마을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당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긴급히 총회를 열어 1,000여명의 유권자 중 과반이상이 참여해 94% 압도적인 의견으로 제주해군기지의 유치에 분명한 반대를 결정하였지만, 정부와 국방부는 이러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였다.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채 강행된 해군기지 건설은 주민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은 물론 자연환경까지 송두리채 파괴하였다. 무엇보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에 이런 거대한 군사기지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국민적 합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시작하였다. 정부는 한 번도 자신들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시민을 상대로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벌이듯 공사를 밀어붙였다.

2009년에는 공사를 위해 구럼비 해안 일대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었고, 2011년에는 민군복합항과 관련한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이중협약으로 드러났다. 2012년에는 민군복합항 건설을 위한 검증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국회 여야가 합의한 70일의 검증기간 동안 해군의 불법적 공사가 강행되었다. 해군은 구럼비 해안의 발파작업 과정에서 약속된 화약의 이동경로를 고의적으로 우회하였고, 최소한의 환경오염 저감시설인 오탁방지막 미설치 등 끊임없는 불법공사를 자행하였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불법과 탈법의 연속이었다.

반면 지난 7년 동안 강정마을 주민들과 많은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이에 맞섰으며, 이는 정부와 해군 그리고 삼성, 대림 등 거대자본이 자행하는 총체적인 거짓과 불법, 마을공동체와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과 파괴에 저항하고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대규모의 경찰을 동원하여 폭력적인 진압과 무차별적인 연행으로 대응하였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사법부는 국민들의 정당한 항의행동을 실정법 위반이라는 미명하에 기소된 수백여 명의 시민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거액의 벌금형을 남발하였다. 정당성을 잃은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벌금으로 위축시키려는 또 다른 국가권력의 남용이 제주 강정에서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12월까지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람들 649명, 이중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 589명, 구속되었거나 아직도 구속 중인 사람들 38명, 부과된 벌금 총액 3억여 원이 넘는다. 이것은 해군기지의 건설과정이 얼마나 일방적이었으며,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것이다.

여전히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사법기관도 이 불법적인 공사과정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사법기관의 엄정해야할 잣대가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에게만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년간의 시간은 주민들에게 막대한 벌금과 일상의 파괴, 그리고 국가폭력의 상처만을 남겨놓았다. 또한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해 불법적 제주해군사업에 저항한 시민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벌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에 오늘 우리는 스스로 벌금이 아닌 감옥을 선택하려고 한다.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평화적 행동으로 행동하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강제 연행과 부당한 벌금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의 실천에 앞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히려고 한다.

첫째, 적법한 과정도 없이 시작된 제주 해군기지사업은 건설과정에서 수많은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였으며, 국방부가 주장하는 민국복합항 역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주민들의 생존권과 강정마을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행동은 합당하다.

둘째, 무차별적인 연행과 고액의 벌금은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며 민주주의 역시 훼손한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몰아가고 또 시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정부의 정책은 시민적 가치를 훼손하며 건설적인 합의와 토론을 방해한다. 더욱이 강정마을의 벌금은 일반적으로 알려졌던 과거의 사례에 비해 몇 배나 많이 부과되었다. 같은 시기 다른 지역의 비슷한 사건에 비해서도 제주 강정마을의 사건에는 높은 벌금이 부과되었다. 우리는 이것이 벌금 폭탄을 통해 시민사회를 위축시키려는 정부의 입장으로 이해한다.

셋째,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우리의 행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우리의 평화적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투입과 국가폭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를 위협하며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공동체를 훼손하는 국책사업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행동이 제주와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사회에 평화가 자리할 곳이 없다면, 우리의 평화로운 저항이 가야할 곳은 감옥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 5월 20일
강정, 부당한 벌금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