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권영화제 독립, "첫발 함께 합시다"
2012년 1/4분기 총회(1월 18일)에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은 서울인권영화제의 독립을 결정하였다. ‘서울인권영화제 장기 전망’라고 불렸던 이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하여 5년에 걸친 논의과제였다. 1993년 창립한 인권운동사랑방은 진보적인 인권운동을 지향하며 전문화/대중화/국제화라는 지향을 가지고 활동에 매진해왔다. 이를 통해 여러 활동가들의 역량은 커져 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동시에 인권활동의 다양한 영역을 모두 하나의 단체 안에 담기보다 전문화된 영역을 새로운 단체로 키워냄으로써 인권운동 전체의 성과로 확장시키고자 했다. 한 단체가 인권운동 전체를 독식하는 단체가 되어 단체들 안에서 위계가 생기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권운동사랑방 안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독자적인 단체로 독립하여 인권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인권연구소 ‘창’과 인권교육센타 ‘들’이 그러한 단체다.
‘서울인권영화제 장기 전망’논의는 이러한 초기 문제의식과 역사적 맥락에 따른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사업이었으며 가장 대중적인 사업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이 ‘서울인권영화제’이다. 17년간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영화제로 성장했고, 다른 방식의 인권운동의 장을 만들며 영화를 통한 인권운동의 전문성을 갖추었다. 이를 인권운동의 전체의 성과로 내어 놓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독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96년 시작한 서울인권영화제(당시 ‘인권영화제’. 이후 곳곳에서 ‘인권영화제’가 많이 생겨나 이와 구별하기 위해 2011년에 개최장소인 ‘서울’을 새로 붙였다.)는 개최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직접행동이며, 폭넓은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성토의 장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시기 동안 상영관 확보와 재정 문제로 더 고단하기도 하지만, 거리 상영을 통해 서울인권영화제의 독자적인 인권운동을 알리며 저변을 넓혔다.
서울인권영화제는 독립(2013년 1월 예정)하여 인권운동 ‘전체’의 서울인권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인권단체가 두루 참여하고 다양한 인권현안을 담은 인권영화를 많은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발굴하여 서울인권영화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 인권운동을 ‘촉진’하는 서울인권영화제가 되어 인권운동의 장을 확장해야 한다. 인권영화는 교육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고, 연대의 행진이 될 수 있으며, 투쟁의 변주곡이 될 수도 있다. 다채로운 인권운동 방식이 있는 ‘가까운’ 서울인권영화제가 좋다. 영화로 인권운동을 한다는 것! 영화제를 매년 개최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서울인권영화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린 인권운동의 장이 필요하다. 서울인권영화제의 독립 계획과 다짐은 인권운동의 영역을 확장하고, 인권활동가의 역량을 강화하여 인권운동의 파급력을 키우는데 기여할 것이다.
2012년, 거리상영 5년째. '거리상영도 힘든데 독립할 수 있나?', '다른 인권운동단체와 달리 사업비가 많이 드는데 단 두 사람이 이 큰 사업을 잘 꾸려 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해야 할 일은 태산이고, 갈 길은 먼데 돈이 없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큰 과제다. 그러나 서울인권영화제는 사업비를 손에 쥐고 영화제를 개최한 적이 없다. 영화제를 찾아주신 많은 사람들이 후원해주고 ,지지 응원 해주어서 개최할 수 있었다. 17년을 그 힘으로 이끌어 왔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재정이 힘들어 ‘빚’이 날 것 같아 보이지만 끝내 ‘빛’을 발산하며 인권운동을 해온 것이다. 그래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독립을 위하여 재정이 튼실해져야 할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성과와 서울인권영화제 독립을 축하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문이 열리기를... 그리하여 서울인권영화제 정기후원이 속속 이어지길 열렬히 바란다. 독립! 첫발 함께 합시다.
2012년 5월 21일 서울인권영화제 김일숙, 은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