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잡년행동이 뭔가요?
A. 잡년행동이란 2011년 7월 16일의 잡년행진(한국판 슬럿워크)를 위해 트위터를 중심으로 모였던 다양한 사람들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보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운동을 해 나가기 위해 결성한 점조직의 이름입니다.
잡년행진을 위해 6월 중순부터 명동 ‘마리’를 중심으로 모였던 ‘준비모임’, 잡년행진 이후의 평가회의였던 ‘그리고 모임’, <오빠는 필요없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를 읽었던 ‘스터디 모임’등에서 나아가 현대차성희롱부당해고 사건 피해자 연대를 위한 ‘잡년난장(2011.9.18 @청계천 여성가족부 앞)’, 천회 수요시위 참여 및 성금전달(2011.12.14 @일본대사관), 나꼼수 비키니-코피사건에 대응하는 여성의 날 참가(2012.3.10 @시청광장), 젠더파업을 선언하며 총파업워크그룹으로 참여(2012.5.1 @명동) 등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액션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잡년행동이 주최하는 행사 외에도 고대의대집단성폭력사건, 건국대성폭력사건, 민주노총 김ㅇㅇ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피임약긴급행동 등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Photo by. 랜디 @delix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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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스스로를 잡년이라고 부르나요?
A. 잡년행진은 “슬럿워크SlutWalk”를 한국어로 번역 한 말입니다. 먼저 최초의 슬럿워크 운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게요.
2011년 1월, 캐나다의 마이클 생귀네티라는 경찰관은 토론토 요크대의 ‘안전교육’ 강연에서 “여자들이 성폭행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매춘부(slut)처럼 옷을 입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women should avoid dressing like sluts.”고 발언했고, 이에 분노한 3천여 명이 모여 “야한 옷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의 이름은 “슬럿워크Slut Walk”. ‘창녀’처럼 입어도, 하물며 실제로 성판매를 하고 있더라도 성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물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습니다. “일상복을 입고와도 된다.”는 주최 측의 안내에도 많은 여성들은 속옷에 가까운 차림으로 나타나 “강간당하지 않도록 가르치지 말고, 강간하지 말라고 가르쳐라” “내 옷은 ‘yes’가 아니다” “만지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이렇게, 어떤 옷을 입어도, 술에 취하거나 밤늦게 다녀도, 성적으로 ‘문란’해도, ‘성판매여성-성을 공적으로 오픈한 public women’이더라도, 강간당해도 “싼” 사람은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Slut이라는 쎈 단어와 야한 옷차림과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slut을 번역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썅년행진? 쎈년행진? 아니면 걸레행진?? 그렇지만 당시 준비모임의 구성원은 이성애자 여성 뿐 아니라 레즈비언, 바이, 이성애자, 동성애자 남성들도 많았고, 성정체성 뿐 아니라 정치적 지향도 다양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잡스러움) 그리고 SNS를 통한 소통과 직접참여라는 아나키스트적 요소를 반영하여 선택한 단어가 바로 잡년이었습니다.
잡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비하적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굳이 스스로를 Slu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것이 성녀/창녀라는 이분법 자체에 저항하고,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특정 단어의 용법 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담론의 장을 바꿔가려는 저항적 실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퀴어Queer라는 단어가 그랬던 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