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다큐멘터리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의 내용을 일부 간추려서 올해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아무도 모른다> 라는 단편으로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러닝타임은 20분이며 상영시간은 8월 27일 수요일 인디스페이스(5시), 그리고 8월 30일 토요일 KU시네마테크(12시 30분) 입니다. 두 번의 상영 모두 GV가 진행되며 연출자인 저와 작가인 진냥님이 참여합니다.
애초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은 40~50분 분량 정도의 다큐멘터리로 기획을 잡은 영상이었습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청소년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그들의 감정과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려고 한지도 2년이 넘었습니다. 정말이지 뭐하나 쉬운게 없더군요. 수면속에 있는 인터뷰 대상자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하고, 학교폭력이라는 얘기만 나오면 겁부터 먹는 학교들을 설득해서 촬영하고, 그러면서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여러 영화제에 제작지원 절차를 밟고, 후원인들을 조직하면서 그렇게 한해, 두해를 넘겼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들속에서 가장 두려왔던 것은 어쩌면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을 영원히 완성하지 못할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40~50 분량 정도의 큰 영상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데 애초에 너무 큰 그림을 잡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자책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라는 단편을 차선으로 선택했습니다. 일단 같은 주제로 단편작업을 한 번 하고 나면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을 만들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을까 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에 대한 구성이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잡힐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아무도 모른다>는 이번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 외에는 현재로서는 상영계획이 없습니다. 타 지역에 계시분들이나 영화제에 오지 못해서 아쉬워 하는 분들께는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을 좀 더 열심히 잘 만들어서 보다 일찍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은 올해 안으로 완성할 계획입니다. 해가 두어번이나 지났는데도 완성될 기미없이 마냥 기다리게 한 이 다큐멘터리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에 십시일반 후원을 해주신 개인 및 단체에도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나 후원인 분들과 이러한 과정들을 일찍이 공유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나온 단편 <아무도 모른다> 는 학교폭력에 대한 현재의 담론에서 그 이상의 것들이 담긴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어쩌면 여러분들이 익히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인터뷰들이 잘 엮여서 밀도있게 전달되지도 못합니다. 연출자인 저의 부족함이겠지요. 그래도 인터뷰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학교 폭력을 경험한 그들이 어떻게 학교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수많은 청소년들의 삶이 어떠한지 가늠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그러길 희망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지금 작업하고 있는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에서 여러분의 삶과 학교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